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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로 보는 한국사회

복이꿀이 2018. 4. 22. 06:13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주인공인 손예진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성격좋고 능력있고 비주얼 좋은 평범한 직장인 여성이다. 주변 인물 또한 정말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방식을 하는 평범한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스토리 또한 평범하며 한국 사회의 현실이 정확히 녹아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라는 드라마 제목 자체가 남자 주인공인 정해인 시선에서 정해진 것 답게 여주인공인 손예진이 어떻게 그려질지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감을 잡을 수 있을 정도인데.. 역시나 여주인공 손예진은 본인의 능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중심이 되는게 아닌 '착하고 예쁜 여자'가 된다.

그리고 극중에서 주인공 손예진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인물은 별로 나오지 않는다. 직장에는 성추행을 일삼거나 능력 모자란 진상 상사가 있고 그나마 개념잡힌 사람은 여성 상사와 여성 부하직원 정도고.. 헤어진 구남친이 양다리까지 한 주제에 다시 만나자고 집착하고 스토킹, 성추행까지 한다.

손예진 부모는 딸을 결혼시장에서 도태된 노처녀 취급하며 전남친이 학벌좋고 부자라는 이유로 딸의 의사는 무시하고 재결합을 돕는다. 특히 손예진 엄마는 딸의 구남친이 양다리였다는 사실마저 딸의 책임으로 돌리고 타박한다.  남주인공 정해인은 이 구남친의 행위에 대해 손예진의 처신을 문제삼고 손예진의 둘도없는 베스트프렌드는 구남친에게 당하는 손예진더러 친구위한답시고 당하기만 하는 등신이라고 뭐라한다... 손예진의 남동생 역시 누나의 남자보는 안목을 탓하며 무시한다. 프렌차이즈사 슈퍼바이저로 가맹점주들을 능숙하게 다루고 업무능력이 출중한 그녀가 단 나쁜남자 한놈으로 인해 모두가 저평가를 하는 셈이 된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그동안 여성의 계급이나 평가가 어떤 남자와 연애하고 어떤 남자와 결혼하는가로 정해지던 그 시선에서 자유로워지지 않았다. 심지어 4살연하남, 베스트프렌드의 남동생과의 연애가 무슨 큰 장애물처럼 그려지는데 이게 21세기 한국멜로물이다.


한국인의 이중적인 속물근성도 잘 드러난다. '내 친구, 내 아들 친구인건 매우 괜찮지만 올케, 매형, 사위가 되기로는 부족해!!! 더 잘난 사람이어야 하는데 아이고' 겉으로는 아들 베프이자 딸의 남친을 칭찬하면서 혼자 좌절하며 술퍼마시는 여주 손예진 아버지의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슬프다. 한국사회에서는 내 가족 구성원이 되는게 기쁜 마음이 들어야  온전히 그 사람을 완벽하게 평가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그 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가정환경, 재산, 직업, 외모 등 외적인 부분이 꼽힌다.

거기다 상사비위 잘맞추는 캐릭이였던 여주가 그 반대로 가는 각성을 하게 되는 그 계기가 알고보니 '남자친구의 사랑'...... 그 사랑으로 인해 자존감이 상승하여 내가 변했다라는 것인데 어떻게든 남성에 의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려는 의도가 너무 다분하다는 주장을 뒷받침 해주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여성이던지 내 애인으로 만들 수 있는 자신감이 충만하며 자신은 정말 잘났고 여자친구의 보호자 노릇을 자처하려는 남성이 무슨 내 자존감을 살려주는지 알 수 없지만... (거기다 구남친에 대해 내 처신을 문제삼는다면 그걸로 아웃)

다른 재벌 나오는 드라마 입장에서 보면 '에게게 그게 무슨 갈등이고 장애야? 우리 정도는 되야지' 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인데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던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까지 보이는 드라마를 창의적으로 시도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영화계의 '봄날은 간다' 스타일이랄까..

하지만 나는 현실을 디테일하게 반영한 드라마보다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할 사회의 현실이 들어간 드라마도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야 국민들이 가부장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하고 발전적이 되는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다수 국민들의 사고방식이 곧 국가의 근본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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